〈완벽하지 않기에 더 가까운 언어들〉
한때는 버리려 했던 시들, 다시 모아두니 작은 책이 되었다.
『영원 풍경』은 미라의 미니 시집이다.
57쪽의 분량 안에 어설픔과 솔직함, 순간의 기록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영원 풍경』은 가볍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엮여낸 시집이다. 여기엔 버려짐을 견디고 남은 문장들의 힘이 있다. 미묘한 균열, 흔들림,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고백이 어딘가 낯설고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 가까운 언어들이 있다.
이런 감정에 굳이 이름을 붙여야겠다면 우정보다는 사랑이 맞지 않나 생각을 했어 여자와 남자 사이의 그것과도 특별히 다르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나는 너를 떠올릴 때면 똘똘 뭉쳐진 감정의 덩어리가 내 안 어디쯤에서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러고는 이내 침잠하곤 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는 내가 아닌 척을 했어 너를 볼 때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면서도 지루하고 추하고 그저 그런 시시한 모습들을 조용히 싸맸다 한겨울 목도리 속에 파묻힌 여린 목의 살갗을 감추듯 겹겹이 눌러 쌌다 네가 나를 알기 바라지만 동시에 알지 못하도록 네가 나를 바라볼 때 그 시선이 때때로 모든 것을 꿰뚫고 나의 바닥까지 파고드는 것 같아 두려웠어
어쩌면이 아니라
나는 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해
_「우정에 대하여」전문
그러니 메모; 기억할 것
졸업식에는 프리지아를 주기
생일에는 메리골드를 주기
_「낭만주의자는 의미를 사랑해」전문
사실 오래 전 나는 한 마리의 해파리였다
느물거리는 움직임
우아하게 춤 출 줄 알지
단풍들기 시작한 허름한 집
엄마는 해파리를 낳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강보에 소중하게 둘둘 싸서
바르고 예쁘게 크라고 어르고 달랬다
이상했다 해파리가 무럭무럭 자랄수록
투명하게 빛나는 갓 아래로 있어야 하는
촉수가 보이질 않았고
엄마 말씀하시네
촉수가 없네
촉수가 없구나
_「해파리의 고백」부분
공을 쫓으며 으르렁거리는 개를 보며 얻는 깨달음
한 번도 내 삶에 주인인 적 없었음
팔꿈치로 툭 엎어버린 커피가 다이어리 귀퉁이에 얼룩진다
_「사랑 방정식」부분
소리 지르기
조르기와 버티기
울고 나자빠지기
나는 내내 이런 것들이 하고 싶었다
저들은 뱃속부터 가슴까지 열심히 올라왔지만
차마 손 내밀어 끄집어 올려주지를 못했다
미안해 너를 구해주지 못해서
(하지만 난 이제 힘이 세)
가끔은 멋대로 구는 아이들이 부러워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자유로운 것
숙련되지 않은 것 왜냐하면
말대꾸도 연습이 필요하니까
의젓한 것도 의지가 되는 자식도 싫어요
아이가 어른스러운 건 이상한 거 아닐까
어른스러울 수밖에 없게 만든 거지 어른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 거 아닌가)
_「말대꾸도 연습이 필요하다」부분
무심코 본 옆모습에
민들레 같은 솜털이 보송송송 나있을 때
가지런한 속눈썹 바이킹 타듯 휘어 오를 때
난 마음을 꼭 붙들어 안고 오르막에 서네
내리막 통통 걷는 네 곁에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완벽한 순간이 필요할 때마다
고개를 돌리면 신기하게도 언제나 너희가 있었다는 것
_「영원 풍경」부분
우리는 끊임없이 넘실대며 간다
깊어지고 깊어지는
인디고 위를
우리는 끊임없이 자유롭게 난다
_「뱃사람을 위한 지침」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