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을 기록하는 시선?
― 박군서 장편서사문화사진집 제1권에 대한 학술비평
조원탁(동신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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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사문화사진이라는 방법론적 성취
박군서의 『서사문화사진집 제1권: 키르기스스탄의 천상화원과 파미르고원』은 단순한 여행사진집도, 민속 기록 사진집도 아니다. 이 작업은 사진을 매개로 한 장편 서사, 더 정확히 말하면 지리·인류·신화·생존의 기억을 직조한 시각적 문화서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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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편에 이르는 연작은 ‘장면의 집적’이 아니라 시간적·공간적·문화적 누적을 통해 하나의 큰 이야기 구조를 이룬다. 이는 사진이 순간의 예술이라는 통념을 넘어서, 사진이 서사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미학적 질문에 대한 하나의 설득력 있는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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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1부: ‘천상화원’이라는 낙원의 기억과 인간 이전의 시간
제1부에서 키르기스스탄은 ‘자연 풍경’이 아니라 신화적 기억의 장소로 제시된다.
천산산맥, 송콜 호수, 수삼무르 고원, 그리고 싸이말루 타쉬 암각화에 이르는 시선의 이동은, 인간의 삶이 자연 속에서 시작되었음을 상기시키는 원형적 서사를 따른다.
특히 암각화 연작(12~16편)은 박군서 사진세계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여기서 작가는 풍경을 ‘아름다움’으로 소비하지 않고, 인류 최초의 기호 체계와 대면한다. 성행위 장면이 포함된 암각화의 해석은 금기나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 그리고 신성의 결합”
이라는 인류학적 통찰로 나아간다.
이 지점에서 사진은 더 이상 자연풍경이 아니라 인간 이전의 인간사(史)를 기록하는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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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2부: 파미르고원 ― 고도가 만든 인간 조건
제2부는 ‘천상화원’의 서정에서 벗어나, 존재의 한계가 노출되는 공간, 파미르고원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아름답지만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풀이 보이지 않는 고원에서의 목축
끝없이 걷는 사람들
양 한 마리를 둘러싼 생의 밀도
이 장면들에서 박군서는 의도적으로 드라마를 절제한다. 비극을 과장하지도, 영웅성을 부여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고도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차갑고 정직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이러한 태도는 사진을 윤리적 매체로 만든다.
연민은 있으되 감상은 없고, 존중은 있으되 미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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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카라쿨 호수 소금밭: 문명의 가장자리에 남은 시간
29편, 〈카라쿨 호수 가장자리의 소금밭〉은 이 장편서사의 중요한 종결점이다.
카라쿨 호수는 파미르고원의 중심이자 변두리이며, 소금밭은 인간 문명이 자연으로부터 최소한의 것을 얻는 원초적 경제 행위의 흔적이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중층적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자연의 잔여물로서의 문명
소금은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이곳에서의 채취는 산업 이전의 방식에 머문다.
시간의 응고
이 소금밭은 ‘현재’라기보다, 수천 년간 반복된 삶의 방식이 응고된 시간의 결정체다.
서사의 침묵
이 사진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말이 멈추는 자리에서 서사는 오히려 완성된다.
카라쿨의 소금밭은 그래서 결말이라기보다, 침묵의 종지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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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박군서 사진세계의 학술적 의의
이 연작이 갖는 학술적·문예적 가치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사진과 인문학의 결합
- 지리학, 인류학, 종교사, 문화사적 맥락이 사진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결합된다.
- 동양적 세계관의 현대적 변용
- ‘천상(天上)’, ‘고원’, ‘하늘과 땅의 경계’라는 개념은 동양 사유의 공간관을 현대 사진언어로 번역한다.
- 느린 시선의 복권
- 속도와 소비의 시대에, 이 사진집은 걷고, 머물고, 바라보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윤리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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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론: 이 작업은 왜 ‘기록’이 아니라 ‘문화사’인가
박군서의 장편서사문화사진집 제1권은 풍경을 찍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 속에서 살아온 방식을 기록했다.
이는 개인의 여행기가 아니라, 인류의 주변부에서 지속된 삶의 문화사이며, 동시에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감각에 대한 조용한 질문이다.
이 연작이 이후 인도,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확장될 때, 그것은 단순한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4. 작가소개
“문명이 지나온 가장 높은 길을 따라 걷는 인문학적 순례”
가 될 것이다.
박군서의 사진은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낮은 곳에서, 얼마나 빠르게만 살아왔는가.”
이 질문이 남아 있는 한, 이 사진집은 이미 하나의 완결된 학술적 텍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