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문서다.
술 정확히는 소주를 매개체로 한 1950년대 이후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산업화, 민주화,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통과해 온 각기 다른 세대의 한국인들이 보여준 공통된 삶의 방식을 추적하였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육중한 무게의 시대를 견딘 우리의 삶에 대한 인문적 주제의식을 필자는 결코 무겁게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나 쉽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소주를 전면에 배치했다. 때로는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잔망스럽게 끼어들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엉뚱하게 공룡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질은 인문서이기에 세계적인 석학들의 이론부터 빅뱅, 물리 법칙, 역사에 이르는 방대한 담론을 함께 엮어냈다.
만약 현학적이기만 한 진지함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하지 않겠다. 필자는 27년간 IT 업계에서 철저히 진지하게 살아왔고, 이제 그 진지함에 진절머리가 난다. 이 잔망스러운 글에는 석학들의 명저와 문학 작품이 수없이 인용되고, 감히 필자의 천박한 의견과 더 형편없는 평가까지 덧붙여지지만, 그만큼 현학적 자세를 끊어 버릴 많은 영화와 드라마, 대중음악, 심지어 만화까지 호출된다. 현학적이기만 한 태도는 진지하게 거절한다. 소주는 우리에게 그만큼 친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연기가 폴폴 피어오르는 오래된 노포에서 지인과 고기 몇 점을 사이에 두고 소주를 나눌 법한, 딱 그만큼의 진지함으로 이 잔망스러운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분명하다. 어떤 술 자리에 앉아 쓰디쓴 소주 한 잔을 삼키며 받는 위로, 서로에게 기댐으로써 얻는 내일을 살아갈 용기, 그리고 일상의 모멸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인간다움을 전하고 싶다. 이 잔망스러운 글이 독자들의 처진 어깨를 토닥여 주는 따뜻한 곁이 되길 바란다.
소주는 쓰지만, 동시에 달다. 우리의 삶이 쓰디쓴 달콤함을 품고 있듯, 이 글이 인생의 쓴맛에 지친 이들에게 "우리 삶이 결코 쓰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잔망스러운 네비게이션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