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문화사(죽음의 얼굴들)(A History of Mourning, 1889)
죽음은 모든 생명이 마주하는 필연적인 운명이며, 남겨진 이들이 떠난 이를 기리는 방식은 그 시대와 문화의 가장 깊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저술가 리처드 데이비가 쓴 『애도의 문화사(A History of Mourning)』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죽음이라는 거대한 이별 앞에서 어떻게 슬픔을 표현하고, 위로받으며, 사회적 의무를 다해왔는지를 탐구하는 기념비적인 역사서이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의 미라 제작과 피라미드에서 시작하여, 그리스와 로마의 장례 관습, 초기 기독교의 카타콤, 중세와 르네상스의 화려한 왕실 장례, 그리고 19세기 유럽의 국장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장례 문화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특히 이집트인들이 고양이와 개마저 미라로 만들어 애도했던 독특한 생명관, 죽은 왕의 시신 대신 밀랍 인형(effigy)을 만들어 행진했던 중세의 기이한 풍습, 가난한 이들의 영혼을 위해 빵을 나누어 주던 '소울샷(sawlshot)'과 같은 따뜻한 자선 문화 등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각 시대의 장례 풍습은 당시의 종교, 정치, 경제, 예술이 총체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나폴레옹, 넬슨 제독, 링컨 대통령 등 역사적 위인들의 국장은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사회적 의식이 되었으며, 19세기 상복(mourning dress) 문화의 발달과 전문 상점의 등장은 슬픔조차도 엄격한 에티켓과 유행의 영역으로 편입되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애도의 문화사』는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섬세한 필치는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주제를 품격 있고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로 풀어냈다. 독자들에게 서양의 장례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고, 나아가 우리 자신의 애도 방식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