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는 밤, 우리는 왜 다시 기생충을 떠올릴까. 웃다가 숨이 턱 막히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반지하 창문과 언덕 위 통창, 계단과 빗물의 이미지를 오래 붙들고 있게 되는 이유를 이 책은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 책은 줄거리 복기용 요약집이 아니라,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장면들을 다시 보는 법을 알려주는 관람 가이드다. 1장은 칸과 아카데미를 휩쓴 수상 연대기를 통해 왜 이 영화가 세계적 계급 영화의 기준점이 되었는지 짚고, 2장은 반지하·언덕 위 집·지하 벙커를 하나의 수직 지도처럼 읽어내며 공간 자체를 인물처럼 분석한다. 3장은 김가족·박가족·지하 부부라는 세 가족을 통해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는지, 어느 쪽만을 기생충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를 파고들고, 4장은 재치 있는 사기극에서 살벌한 비극으로 미끄러지는 블랙코미디의 리듬을 해부한다.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냄새·비·계단·수석 같은 모티프를 계급의 감각 언어로 풀어내고, 생일 파티의 폭발과 마지막 편지의 판타지를 통해 계급 이동 신화가 얼마나 허망한지 보여준다. 헬조선·흙수저/금수저 담론, 청년 세대의 주거·노동·교육 현실, 봉준호 필모그래피와 세계 영화사 속에서 기생충이 차지하는 자리까지 한 번에 조망하면서도, 각 장 말미에는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과 키워드, 한 줄 정리가 정리되어 있어 혼자 읽기에도, 독서모임·영화모임에서 활용하기에도 적합하다. 부록에는 재관람 체크리스트와 토론 가이드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