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능산리 서하총의 어두운 돌방에서 시작해 낙화암 절벽의 제의 장면까지, 이 책은 이청준의 장편 소설 춤추는 사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걸어가는 깊이 있는 읽기 가이드다. 단순 줄거리 요약을 넘어 백제 멸망과 의자왕 전설, 호남 지역의 정치적 좌절, 유신 체제의 억압, 피해자와 가해자의 복잡한 관계가 한 작품 안에서 어떻게 얽히는지를 차근차근 풀어 준다. 독자는 서하총 비밀 능실, 의자왕의 뒤늦은 진술, 재야 사가 윤지섭과 형사 민영서, 춤추는 사제가 만드는 삼각 구도를 따라가며 이 작품이 왜 한국 현대사의 가장 예민한 지점을 건드리는 정치 소설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프롤로그는 패자의 무덤에서 시작된 소설이라는 관점에서 백제 유민과 호남인의 상처, 오늘의 지방 소멸과 역사 전쟁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층위를 보여 준다. 이어지는 장들은 유신 말기의 공기, 서하총 비밀 능실과 낙화암 제의 장면, 의자왕의 뒤늦은 진술이 정사와 야사의 경계를 어떻게 흔드는지, 백제 유민의 상처가 호남인의 좌절감과 어떻게 겹쳐 읽히는지를 촘촘히 짚는다. 마지막에는 작품을 둘러싼 비평과 논쟁, 유토피아 정치학이라는 키워드, 오늘의 독자가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들까지 안내한다. 초독자에게는 친절한 길잡이로, 재독자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해석의 층위를 열어 주는 해설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