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떠올려 보면 “유전자는 이기적이다”라는 한 문장만 흐릿하게 남아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은 그 막연한 기억과 수십 년간 쌓인 오해를 걷어내고, 이기적 유전자라는 은유가 실제로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설명하지 못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짚어 주는 안내서다. 다윈 이후 현대 진화생물학이 어떻게 유전자 중심의 시각으로 정리되었는지, 복제자와 탈것이라는 도발적인 비유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등장했는지, 그리고 포괄적 적합도, 친족 선택, 호혜적 이타성, 게임이론 같은 도구들이 어떻게 이타성과 협력을 설명해 내는지를 한 흐름으로 보여 준다. 동시에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를 둘러싼 철학적·윤리적 논쟁을 정면에서 다룬다. 사회다윈주의나 유전자 결정론으로 이어진 오독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선택의 단위를 둘러싼 유전자 중심 설명과 다수준 선택, 진화발생생물학,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같은 후속 이론은 무엇을 비판하고 보완했는지 차근차근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유전자의 탈것인가”라는 물음을 인간, 도덕, 자유의 문제로 확장해, 유전자와 밈이라는 두 복제자의 산물이면서도 동시에 그 영향에 대해 성찰하고 저항할 수 있는 존재로서 인간을 다시 묻는다. 과학 대중서 한 권으로는 부족했고, 원전과 논쟁을 일일이 따라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독자에게,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를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려 주는 가장 친절한 지적 가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