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만 켜면 세상이 끝나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 과연 우리는 정말로 과거보다 더 나쁜 세계에 살고 있을까. 이 책은 스티븐 핑커의 화제작 Enlightenment Now를 정면으로 읽어내며, 진보 공포증에 빠진 한국 독자에게 계몽주의와 데이터의 언어로 다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기대수명, 극빈층 비율, 전쟁 사망률, 민주주의와 인권, 행복과 정신건강까지 폭넓은 지표를 검토하면서, 세상은 망했다는 직관과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좋아졌다 는 추세 사이의 간극을 하나씩 짚어 나간다. 동시에 그는 핑커의 낙관을 무조건 옹호하지 않는다. 환경 파괴, 경제 불평등, 포퓰리즘, 청년 세대의 불안과 같은 오늘의 위기들을 함께 펼쳐 놓고, 낙관이 언제 근거가 되고 언제 특권의 자기기만이 되는지 비판적으로 따진다. 전반부에서는 퇴행 서사가 왜 이렇게 매혹적인지, 인간의 인지 편향과 미디어 구조, 잔혹한 세계 감각을 심리학과 사회조사 결과를 통해 설명하고, 중반부에서는 그래프와 통계를 따라 인류의 건강, 부, 폭력, 민주주의, 행복의 장기 흐름을 정리한다. 후반부에서는 핑커를 비판해 온 학자들의 논점을 꼼꼼히 소개하면서, 단순한 낙관이나 비관이 아닌 조건부·비판적 낙관주의라는 제3의 시야를 제안한다. 철학과 정치, 데이터와 일상의 감각을 동시에 다루는 이 책은, 한 권으로 『오늘의 계몽』을 깊이 있게 따라가고 싶은 독자뿐 아니라, 뉴스를 덜 불안하게 읽는 법을 알고 싶은 모든 이에게 가장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