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과 인왕산의 묵직한 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대문의 지맥이 역천도의 사악한 주술 아래 선혈 섞인 은색 서리로 뒤틀린다. 연희동의 고풍스러운 담장과 홍제천 너머, 북가좌동 폐교에서 주안(主眼)이 개안하는 순간 도시는 일상과 괴사가 공존하는 파멸의 구역으로 변모한다. 무너지는 지명을 바로잡기 위해 집결한 세 명의 파수꾼. 연희천해검의 한시우, 망량의 술사 윤설, 지맥의 지관 도진. 안산의 영기를 머금은 백색 검기와 환혼의 실줄기가 서대문의 밤을 가로지르며 기괴한 어둠의 근원을 추격한다. 서대문구청 옥상 위, 도시의 운명을 건 최후의 서대문 진경(眞景)이 폭발한다. 지독했던 괴사의 밤이 걷히고, 서대문의 대지 위에 다시금 찬란한 새벽의 숨결이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