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신 대신, 우리는 각자의 욕망이 빚은 황금 송아지를 예배하기 시작했다.”
두 번의 팬데믹과 한 번의 계엄 정국. 허구적으로 설정된 혼돈의 2026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성경 속 ‘금송아지’ 사건을 현대의 정치적 광기와 종교적 탐욕 위로 서늘하게 투사합니다.
치사율 50%의 변이형 조류인플루엔자(A/H5N8)가 일상을 잠식하자, 사람들은 방역 수칙 대신 종말론적 공포를, 과학적 사실 대신 탈진실의 음모론을 선택합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대신해 눈에 보이는 ‘숫자’와 ‘정권’이라는 우상을 세운 이들의 질주. 그리고 그 광기 어린 질주 앞에 멈춰 서서 이웃의 숨소리를 지키려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가 그려집니다.
가장 순수한 가족의 사랑이 어떻게 재앙의 통로가 되는지, 그리고 가장 처절한 희생이 어떻게 공동체의 구원을 위한 항체로 거듭나는지 작가는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추적합니다.
이 소설은 묻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하나님인가, 아니면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덧씌운 우리 자신의 욕망인가?
《21세기 아론의 금송아지》는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를 단숨에 펜데믹의 한복판으로 몰아넣습니다. 추상적인 단어 대신 ‘물티슈로 손을 닦는 결벽증적 위선’, ‘죽어가는 순간에도 새로고침을 누르는 중독’과 같은 구체적인 장면으로 주제를 형상화합니다.
방대한 서사를 오디오북과 전자책에 최적화된 밀도로 압축했으며, 픽션과 리얼리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긴장감이 압권입니다. 책장을 덮은 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와 새벽 공기의 서늘함이 왜 기적인지를 깨닫게 하는 여운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