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 단편소설 5, 겁쟁이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
"1921년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
"1916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
"노벨 문학상 3회 후보"
"1996년 미국 국립 여성 명예의 전당 헌액"
"죄의 굴레와 도덕적 고립"
이디스 워튼의 단편 소설 『겁쟁이(A Coward)』는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죄의식과 그것을 속죄하려는 처절한 노력이 일상의 권태와 위선 속에서 어떻게 마모되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이다.
1. 주제와 의미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지울 수 없는 과거의 낙인과 자기 구원의 불가능성’이다. 주인공 카스타일 씨는 젊은 시절 지진이라는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마비된 친구를 버리고 도망친 ‘순간의 비겁함’을 평생의 짐으로 안고 살아간다. 그는 형의 빚을 대신 갚는 도덕적 결단과 위험한 사고 현장을 찾아다니는 집착을 통해 자신의 용기를 증명하려 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채 ‘무능한 겁쟁이’로 치부된다. 워튼은 이를 통해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그리고 타인의 시선(메리턴의 눈)에 갇힌 자아의 비극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2. 주요 등장인물
* 앤드루 카스타일(Andrew Carstyle): 과거의 도망친 기억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사회적으로는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고결한 가장이지만, 내면은 자신이 비겁하지 않음을 단 한 번이라도 증명하고 싶어 하는 갈망으로 가득 차 있다.
* 카스타일 부인: 허영심과 세속적 욕망의 화신이다. 남편의 도덕적 희생 때문에 잃어버린 물질적 풍요를 평생 원망하며, 남편을 정신적·사회적으로 거세시킨다.
* 바이버트(Vibart): 관찰자이자 화자이다. 처음에는 카스타일 가족을 사교적 호기심으로 바라보나, 점차 카스타일 씨의 내면 비극을 이해하며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지적 청년이다.
* 아이린(Irene): 카스타일 씨의 딸로, 어머니의 미모와 허영을 물려받았다. 아버지의 고뇌에는 무관심한 채 자신의 사교적 성공만을 좇는다.
3. 줄거리
사교계의 청년 바이버트는 아름다운 아이린에게 끌려 카스타일 가를 방문하지만, 그곳에서 아내의 기세에 눌린 채 무색무취하게 살아가는 카스타일 씨에게 묘한 흥미를 느낀다. 이후 이모로부터 카스타일 씨가 형의 횡령죄를 갚기 위해 전 재산을 내놓았다는 고결한 과거를 전해 듣는다.
어느 날, 바이버트는 카스타일 씨와 산책하던 중 폭주하는 듯한 마차를 가로막으며 몸을 던지는 그의 돌발 행동을 목격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카스타일 씨는 바이버트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30년 전 지진이 일어난 키오스섬에서 친구를 버리고 도망쳤던 기억, 그리고 그날 이후 자신의 본성을 확인받기 위해 사고 현장을 갈구해 왔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그의 비장한 고백 뒤에 돌아오는 것은 "걷는 게 남편 체질에는 잘 맞는다"는 아내의 차가운 비아냥뿐이다.
4. 문학적 영향과 가치
이 작품은 이디스 워튼이 상류 사회의 관습적 풍자를 넘어 인간의 심리적 심연을 탐구하기 시작한 중요한 지점에 놓여 있다. 특히 ‘도덕적 영웅주의와 일상적 멸시의 대비’는 이후 그녀의 대표작인 『순수의 시대』나 『환락의 집』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의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갈등의 원형을 보여준다. 인간의 실존적 공포와 죄책감을 ‘지진’과 ‘빚’이라는 구체적 소재로 형상화한 이 소설은 현대 심리 소설의 선구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