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농사일의 마지막 수확을 끝내고 건조를 기다리는 틈에, 막내딸의 하와이 여행 이야기에 함께 하게 되었다. 막내딸이 공부했던 곳이라 하와이는 이미 그녀의 시간 위에 놓인 땅이었다. 나는 그 위를 따라 걷는 여행자가 되었다. 우리는 명소보다 그들이 살아가는 결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여행의 중심에는 ‘풍경’보다 ‘삶’이 있었다. 바다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햇살도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파도 앞에서 서두르지 않는 사람들, 해변에 누운 채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움, 그 느슨한 리듬 속에서 내 걸음도 점점 느려졌다.
산호 사이를 미끄러지는 물고기들, 발바닥을 감싸는 모래의 감촉, 숲의 다양한 식물들, 공원에서 사람과 함께 걷던 동물들, 현무암의 결, 화산 분지 정상에서 내려다본 낮은 집들, 여러 언어와 피부색이 섞인 거리. 나는 보고, 걷고, 찍고, 적었다. 사진과 문장이 동시에 쌓여 갔다.
돌아와 사진과 기록을 시로 옮기기 시작했다. 산과 하늘, 바다와 파도, 숲과 폭포, 마을과 사람, 해변과 야자수, 향과 기억으로 엮은 시집은 『해변의 막내딸 발자국』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막내딸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고, 이 시들은 하와이를 노래하지만, 어쩌면 더 많이 ‘떠나 있었던 나’를 기록한 시인지도 모른다.
시에는 ‘시의 흐름’으로 작은 길잡이를 두고, ‘시가 남긴 것’과 ‘시 뒤에 남은 것'으로 내 삶에의 흔적을 적어 두었다. 독자 또한 이 시집을 넘기며, 자신의 여행 하나를 마음속에서 꺼내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농부에게 여행은 밭을 비우는 일이지만, 돌아와 흙을 다시 밟고 보니 그 며칠의 바다가 오히려 흙의 감각을 또렷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시집은 그 사이에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