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세대 생존일기〉
부제: 배고픔도 웃음으로 넘긴 우리
이 책은 한 세대의 ‘가난’을 기록한 책이 아니라, 가난 속에서도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 ‘선택’을 기록한 책입니다. 흙길을 발바닥으로 읽고, 보자기에 책을 싸서 어깨에 묶고, 몽당연필로 꿈을 적어 내려가던 아이들이 있습니다. 점심이 비어도 학교는 갔고, 상처가 나면 된장을 바르고 잎사귀로 덮으며 “괜찮다”를 배웠습니다. 그들은 결핍을 자랑하지 않았고, 다만 서로를 지키는 방식으로 하루를 버텼습니다.
이 책의 장면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선명합니다. 보릿고개 숲의 밥상에서 찔레순을 씹던 봄, 앞개울에서 모래로 이를 닦던 아침, 관솔불 아래에서 숙제를 하던 밤, 라디오 한 대로 마을의 웃음이 번지던 시간들이 이어집니다. 사탕 한 알을 돌려가며 나누던 우정은 배고픔을 이긴 미담이 아니라, 공동체가 사람을 살렸던 증거로 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떠나 벌고 다시 지키는 길 위에서, 쪽방 한 칸에 꿈을 눕혀도 꺼뜨리지 않았던 마음이 드러납니다.
이 책은 지나간 시간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시절의 아픔을 정직하게 바라보며,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게 하자는 약속을 건넵니다. 아이가 위험한 길로 단백질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 늦은 노동이 당연해지지 않는 사회, 한 끼와 돌봄이 끊기지 않는 사회를 향한 질문이 책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당신은 읽는 동안 과거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결국 ‘오늘의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당신의 기억을 깨웁니다. 당신이 그 세대이든, 그 세대의 자녀이든, 그 세대의 손주이든 상관없습니다.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에는 결핍을 지나고, 누군가의 기다림과 나눔에 기대어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 책을 덮는 순간, 오래된 마당의 냄새와 호롱불의 흔들림, 그리고 “그래도 학교는 갔다”는 문장을 마음에 남기게 됩니다.
검정고무신은 낡은 신발이 아니라, 한 세대가 걸어온 길의 이름입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당신은 알게 됩니다. 우리가 진짜 기억해야 할 것은 가난이 아니라, 가난 속에서도 끝내 서로를 놓지 않았던 온기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