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 속 일본군 진영에는 늘 낯선 문양이 등장한다.
깃발에, 갑옷에, 성벽에 반복되던 이 문양들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일본의 가문 문장인 가몬(家紋)을 단서로 임진왜란을 다시 읽는다.
가몬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전국시대 무사들이 전장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 생존의 표식이자, 가문의 권위와 소속을 드러내는 정치적 언어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동나무 문양, 가토 기요마사의 뱀눈, 고니시 유키나가의 신앙적 상징은 각 장수의 출신, 야망, 전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한 전쟁 이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정착한 도자기 마을과 번(藩)의 가몬은, 침략의 상흔이 어떻게 일본 지역 정체성의 문장으로 남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가몬을 통해 일본 무사 사회의 구조와 ‘이에(家)’ 중심 문화, 그리고 전쟁이 남긴 문화적 흔적을 차분히 추적한다.
문양을 읽는다는 것은, 깃발 뒤에 숨은 인간의 욕망과 가문의 전략을 읽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