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800km 순례길보다 깊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정원
: 《손녀와 함께 만든 글밭정원》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
기술의 속도를 앞지르는 온기, ‘마곡’이 일군 세대 공감의 기록
디지털 전환(DX)과 AI 융복합이 화두인 시대, 역설적으로 우리는 ‘연결’될수록 ‘고립’되는 기현상을 목격한다. 이러한 시대적 결핍 속에서 출간된 《손녀와 함께 만든 글밭정원》은 단순히 할아버지와 손녀의 다정한 일상을 기록한 수필집을 넘어,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정서적 연대’의 가치를 복원해내는 귀한 안내서다.
64년의 간극을 메우는 사랑의 언어
작가 ‘마곡(麻谷)’ 안이문은 64년 전 코 끝에 매달던 손수건의 기억을 소환해, 이제 막 초등학교라는 첫 사회에 발을 내디딘 손녀 지윤이의 설렘과 맞닿게 한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손녀는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등에서 고단했던 삶의 훈장을 읽어낸다.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 고사리손으로 얼음팩을 만들어 온 손녀의 행동은, 백 마디 언어보다 강렬한 치유의 힘을 보여준다.
개인의 서사를 사회적 가치(Social)로 승화시키다
이 책의 탁월함은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선 ‘확장성’에 있다. 산티아고 800km 순례길에서 마주한 자기 성찰과 동생과의 영적인 화해, 그리고 다문화 사회와 장애인 인식개선에 대한 준엄한 단상은 이 책이 단순한 수필집이 아닌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을 담은 인문학적 기록임을 증명한다. 특히 ESG 경영 전문가인 최봉혁 발행인의 기획과 편집은, 개인의 삶 속에 투영된 공공의 이익과 평등의 가치를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읽는 행위 자체가 포용이 되는 ‘디지털 포용성 디자인’
주목할 점은 이 책의 형식적 완성도다. 시각 약자와 고령층을 배려해 명도 대비를 극대화하고 폰트 크기와 문단 간격을 최적화한 ‘디지털 포용성 디자인’은, 장애인 인식개선 전문 신문사가 추구하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철학을 출판물로 구현해낸 모범적 사례다.
결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
“나는 지금 다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작가의 마지막 물음은 독자 모두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며, 어떻게 다음 세대와 마음의 밭을 가꿔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나침반과 같다.
손녀 지윤이가 지은 ‘드림하우스’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포용의 미래가 담겨 있다. 이 따뜻한 글밭정원을 산책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잊고 있던 사랑의 씨앗 하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