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느러미의 기억, 하늘을 날다
― 묵명(黙眀) 권진오 산문집
한때 낚시꾼이었고, 한때 양궁 선수였으며, 한때 교회에서 뜨겁게 기도하던 한 사람이
이제 빈손으로 물가에 앉아 바람결을 읽는다.
그는 더 이상 잡으려 들지 않는다.
오직 바라볼 뿐이다.
그 바라봄 속에서, 생명은 처음으로 ‘너’로 다가온다.
《지느러미의 기억, 하늘을 날다》는
낚싯바늘에 꿰뚫린 물고기의 눈빛 하나가 평생의 설교보다 깊었다는 고백에서 시작된다.
활을 쏘던 소년의 손끝에서,
가죽 벨트를 차고도 여전히 흔들리는 중년의 마음에서,
그는 끊임없이 묻는다.
“나는 생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문화와 종교는 그 태도를 구원하는가, 타락시키는가?”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 덜 차가워질 수 있는가?”
이 책은 채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교회를 떠나라고도, 낚시대를 부수라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할 뿐이다.
“언젠가 당신이 물가에 앉게 되는 날,
잠시만 바람 소리를 들어보라.
그리고 손에 아직 활이나 낚싯대가 쥐어져 있다면,
그것을 내려놓는 일이 얼마나 가볍고도 무거운지 느껴보라.”
45쪽의 짧은 책이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폐부에서 뽑혀 나오는 숨처럼
천천히, 그러나 거역할 수 없이 가슴을 파고든다.
읽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먼저 난다.
그 눈물은 아직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물고기는 하늘을 날지 못한다.
그러나 그 지느러미의 떨림이
한 사람의 마음을 하늘 끝까지 띄워 올렸다.
그 비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의 가슴에도 작은 파문 하나가 번져 갈 것이다.
지느러미의 기억은,
결국 우리 모두의 기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 하늘을 나는 날,
세상은 조금 더 부드러워질 것이다.
2026년 1월 30일, 퍼플 출간
묵명(黙眀) 권진오 첫 산문집
《지느러미의 기억, 하늘을 날다》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한 사람이 생명을 향해 걸어온 가장 솔직하고 가장 아름다운 내려놓음의 기록이다.
물가를 떠날 수 없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조용한 그러나 끝나지 않는 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