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일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일은 언제나 감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회복지 조직에서는 일이 먼저다.
일이 쌓이고, 일정이 돌아가고, 실적이 요구된다.
그 사이에서 감정은 자주 놓치게 된다.
보고서에도 없고, 평가표에도 담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은 일의 중심이 아니라,
자연스레 주변부로 밀려나곤 한다.
하지만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사람이 머무는 조직, 관계가 살아 있는 조직은
결국 감정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출근길에 마주친 직원의 눈빛,
회의 중 흐르던 침묵,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며 나누는 짧은 인사,
퇴근 직전 남겨진 말 없는 한숨 …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함께 일하는
조직의 정서적 풍경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감정을 종종 넘기곤 한다.
“일이 먼저니까.”
“괜히 분위기 흐릴 수는 없으니까.”
나도 그랬다.
관리자가 된 뒤로는 더 조심스러워졌다.
감정을 꺼내는 일이 부담스러웠고,
책임 있는 사람이라면 판단이 먼저여야 한다는 믿음이
오래도록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의 감정은 한 칸씩 뒤로 밀렸고,
관계를 놓쳤고, 신뢰를 잃었고,
결국 나 자신도 지쳐갔다.
이 책은 그런 시간들을 다시 돌아보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감정을 숨기고 참아내는 게 당연했던 현장에서
내가 어떻게 무뎌졌고,
어떻게 다시 감정을 회복하며 돌아왔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여기에 담긴 이야기들은 단지 나만의 고백이 아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버텨온 많은 이들의 감정 조각이기도 하다.
말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마음들.
이제는 믿는다.
감정은 일이 끝난 뒤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조직이 다시 숨을 쉬려면,
먼저 감정이 숨 쉴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믿음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