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묵직한 돌덩이를 품은 채 병원 복도를 휠체어로 질주하던 소년 동이는, 모두가 잠든 새벽 두 시에 시뻘건 눈을 부릅뜬 거대한 저승사자와 마주합니다.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대신 주머니 속 사탕을 내밀며 정체불명의 저승사자에게 ‘밤의 산책’을 제안한 동이는, 죽음이 사라짐이 아닌 ‘기억의 저장’임을 배우며 병원의 은밀한 구석을 누비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승사자의 금기된 명부 속에서 소중한 이들의 이름을 발견하며, 동이의 호기심 가득했던 산책은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듭니다.
다정한 이웃이었던 요구르트 할아버지와 단짝 친구 태훈이 차례로 곁을 떠나고, 동이는 저승사자의 안내를 받으며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달빛 복도 위에서 친구와의 마지막 휠체어 레이스를 펼칩니다. 눈물 섞인 레이스 끝에서 태훈은 동이의 가슴 속 답답한 응어리를 대신 가져가며 환한 미소로 영원한 안녕을 고합니다. 소년은 친구가 남겨준 눈부신 기억의 구슬을 가슴에 품으며, 이별이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마음속에 정성스럽게 모시는 일임을 온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홀로 남은 동이는 비어 있는 침대 곁에서 부모님의 숨겨진 눈물과 마주하며, 자신이 앓았던 병이 육체의 아픔이 아닌 마음의 불안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스스로 마음의 브레이크를 잡는 법을 배운 소년은 더 이상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배웅하는 저승사자의 마지막 시선을 느끼며 병원 문을 나섭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소년은 이제 자신의 색으로 세상을 칠하며 내일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딛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