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이자 작가인 나는 여수의 봄날을 걷는다. 영취산 진달래 군락에서 언어 이전의 언어를 발견하고, 오동도 동백의 낙화에서 퇴고의 용기를 배우고, 밤바다 윤슬 앞에서 지식이란 쌓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향일암 새벽 예불의 첫 빛, 고소동 골목 끝에서 열리는 바다, 비 오는 날 카페 창가의 고요한 오후, 거문도행 배 위에서 흔들리며 정리되는 생각들. 낮에는 꽃과 바다와 골목을 걷고 밤에는 낯선 언어와 씨름하는 이중의 삶 속에서, 이 책은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이 틈새에서 쓰기로 한 한 사람의 조용한 결심을 담는다. 여수는 언어가 새로 태어나는 곳이었고, 그 봄날의 감각은 내 문장 속에 계속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