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독서치료를 가르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목록글쓰기를 지도해 왔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나 자신이 목록글쓰기를 실천하였고, 그 과정에서 작은 책들을 수십 권 만들어 보았다. 처음 이 기법을 접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목록글쓰기가 지닌 힘을 반복적으로 체험하게 되었고, 그 단순함 속에 담긴 깊이와 확장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목록글쓰기에 관한 단행본을 세상에 내놓게 되어 기쁘다.
목록글쓰기의 방법은 직관적이고 매우 쉽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언어적 존재이며, 우리의 내면세계는 벽돌로 집을 짓듯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자연을 닮아 흐르고, 겹치고, 얽혀 있으며, 때로는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언어로 꺼내어 적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객관화할 수도, 깊이 이해할 수도, 타인과 온전히 소통할 수도 없다.
목록글쓰기는 흩어져 있던 생각과 감정을 하나씩 밖으로 꺼내어 배열하는 작업이다. 그 과정을 통해 막연함은 구체로, 혼란은 구조로, 감정은 의미로 전환된다. 단순한 나열처럼 보이지만, 그 반복 속에서 사고는 확장되고 정서는 정돈되며, 삶의 자원이 발견된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원리와 기법을 충분히 익힌다면 독자는 매우 유용하고 강력한 생각의 도구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 3장에 수록된 워크북 양식부터 먼저 채워 나가는 방법도 권하고 싶다. 일단 실천을 시작하고 나면, 그 경험 위에서 이론과 방법을 차근차근 이해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쓰는 행위가 이해를 앞서고, 실천이 통찰을 이끌어 낸다.
작은 정 하나가 바위를 깨듯이 하나의 작은 습관이 몸에 베이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2026년 2월 28일
창원에서 이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