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사회의 개인소외를 대변하는 ‘고독한 군중’
『고독한 군중』은 그 부제가 말하고 있듯이 ‘변하고 있는 미국의 성격연구’인 만큼 현대 미국인의 성격과 사회의식을 밝히고 있다. 오늘날 이 책 제목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개인의 소외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 되었다. 저자는 21세기 대중사회 인간유형을 ‘전통지향형·내부지향형·외부지향형(타인지향형)’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이 순서대로 인류의 사회적 성격이 발전해 왔다고 보았다.
‘전통지향형’은 전통과 과거를 따르는 데서 주요 행위기준을 찾는 인간형이다. 두번째 ‘내부지향형’은 19세기 공업시대까지 가족 안에서 학습된 도덕과 가치관이 행위기준이 된 인간형이다. 마지막 유형으로 ‘외부지향형(타인지향형)’은 또래집단의 영향에 좌우되는 인간형으로, 극히 최근에 미국 대도시의 상류 중산층에 나타난 현상을 나타낸다.
이런 타인지향형 현대인들이 바로 ‘고독한 군중’이다. 리스먼은 책에서 불안과 고독에 시달리는 ‘고독한 군중’이라는 사회성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분석하여 폭로한다. 군중의 삶은 획일화된 인간, 정치적 무관심, 인간소외를 낳고, 나아가 빈부격차에 따른 복잡 미묘한 욕구불만과 무한경쟁으로 말미암아 개인을 극한의 고독으로 내몬다. 자아상실의 수렁에 빠진 타인지향형 사회는 민주체제에 위기를 가져온다. 현대 기술문명이 만들어낸 컴퓨터와 인터넷, 대중매체 등의 이기(利器)는 그 유용함 못지않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완충지대가 사라짐으로써 타인(외부)이 개인의 일상을 구속하고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세밀한 심리적 분석으로 대중사회의 구조적 메커니즘과 현대인의 운명을 쉽게 풀어나간 이 책은, 날카롭고 명확한 시각으로 현대인의 고독한 삶을 증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