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기쁨의 언어에 익숙하다. 예배는 찬양으로 시작하고, 간증은 회복의 순간을 향해 달려가며, 사역은 열매의 보고로 정리되기 쉽다.
그러나 어느 날 고통이 찾아오면, 교회가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은 열심이 아니라 말의 자리다. 설명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무엇을 어떻
게 말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붙들어야 하는지—그 낯설음이 공동체를 흔든다.
고난은 신앙을 무너뜨리기보다 드러낸다. 개인의 믿음뿐 아니라 공동체의 문법을 드러낸다. 그 문법이 건강하지 않으면, 교회는 두 극단
으로 치닫는다. 한쪽에서는 “다 지나갔으니 잊자”는 망각이, 다른 쪽에서는 “그때가 전부였다”는 집착이 커진다. 누군가는 눈물을 숨기
고, 누군가는 침묵 속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회복이 ‘원상복귀’로 이해되는 순간, 교회는 다시 달릴 수는 있어도 더 안전해지지는 못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고통을 피하는 공동체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고통을
통과하는 동안 하나님의 은혜를 어떻게 붙들 것인가다. 은혜는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고난을 피해 사랑하신 것이 아니라 고난 으로 들어오셔서 사랑하셨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십자가는 ‘설명이 가능한 고통’만을 다루지 않는다. 십자가는 이해되지 않는 고통 한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복음의 중심을 고정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