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통해 추리 소설의 역사를 바꾼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세계는 논리와 추리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공포와 미스터리 이야기』는 그의 또 다른 창작 세계를 보여 주는 작품집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범죄의 합리적 해명보다,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도사린 공포와 불안, 도덕적 균열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여기서 공포는 단순한 괴이함이나 초자연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일상의 틈새에서 조용히 자라나며 이성으로 설명하려 할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심리적 긴장으로 독자를 몰아넣는다.
아서 코난 도일은 이 작품집에서 과학과 미신, 이성과 광기,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집요하게 응시한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범죄의 동기가 인간 심리의 어두운 심연에서 비롯되고,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사건 앞에서 독자의 확신이 서서히 무너진다.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끝까지 남는 불편한 질문을 통해 독자의 사고를 흔드는 것이 이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공포와 미스터리 이야기』는 셜록 홈즈가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코난 도일 특유의 냉철한 관찰력과 서사적 긴장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는 인간 자체를 실험대 위에 올려놓는다. 공포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까지 이성적일 수 있는가,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본성은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익숙한 추리의 안락함에서 벗어나 불확실하고 음울한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공포와 미스터리 이야기』는 아서 코난 도일의 문학 세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보여 주는 인상적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