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패턴(Patterns of culture, 1934)은 문화인류학의 고전으로, 인간의 행동이 생물학적 본능이 아닌 문화적 전통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세 원시 사회의 심층 비교를 통해 설득력 있게 증명한 작품이다. 베네딕트는 "신은 모든 민족에게 하나의 찰흙 컵을 주었고, 그 컵으로 그들은 삶을 마신다"는 디거 인디언의 격언을 책 첫머리에 내세우며, 각 문화가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삶을 담아낸다는 핵심 철학을 제시한다.
책의 중심에는 세 문화의 생생한 초상이 있다. 미국 남서부의 주니족은 절제, 조화, 집단적 참여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아폴론적' 문화를 대표한다. 이들은 개인적 권위나 격렬한 감정 표현을 경계하며, 정교한 종교 의례와 공동체적 삶 속에서 안정을 찾는다. 반면 멜라네시아의 도부족은 불신과 악의가 미덕으로 통하는 사회로, 이웃을 잠재적 적으로 여기고 마법과 술수를 통한 경쟁이 삶의 근본 원리로 작동한다. 북서부 해안의 콰키우틀족은 과시적 경쟁과 자기 과장에 집착하는 '디오니소스적' 문화를 보여주며, 재산의 파괴적 분배인 포틀래치를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삼는다.
베네딕트는 이 세 문화의 대비를 통해 문화 상대주의라는 핵심 주장을 펼친다. 정상과 비정상, 도덕과 비도덕의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 사회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광기로 여겨지는 행동이 다른 사회에서는 지도자의 자질로 추앙받을 수 있으며, 서양 문명의 가치관 역시 수많은 문화적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책은 당시 팽배하던 인종주의와 문화 우월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서로 다른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관용과 이해를 촉구하는 지적 선언문으로 오늘날까지 그 울림을 잃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