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 진화의 거대한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지난 20만 년간 지구를 지배해 온 ‘호모 사피엔스’는 이성으로 문명을 건설했지만, 그 대가로 스스로를 우주로부터 고립시켰습니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으나 영혼은 빈곤해졌고, 세계는 연결되었으나 개인은 파편화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라는 강력한 기술 앞에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기술을 통해 불멸과 신성을 얻는 ‘호모 데우스 (Homo Deus)’의 미래를 예언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세상은 기술을 독점한 소수의 초인류와 쓸모없어진 다수의 무용 계급 (Useless Class)으로 갈라진 영구적인 불평등의 세계입니다. 호모 데우스는 자비와 사랑을 모른 채 오직 자신의 욕망을 위해 기술을 휘두르는 ‘지능적인 포식자’일 뿐입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경전 『부도지』가 경계했던 ‘오미 (五味)의 변’, 즉 내면의 본성을 잃어버린 타락의 극치입니다.
우리는 ‘호모 데우스’가 아니라, ‘호모 판테이스트 (Homo Pantheist, 범신론적 인간)’가 되어야 합니다. 호모 판테이스트는 불완전한 육체를 기계로 바꿔 신이 되려는 자가 아니라, 이미 자신 안에 우주가 깃들어 있음을 자각하는 자입니다. 호모 데우스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외부 기술을 탐한다면, 호모 판테이스트는 내면의 충만함을 발견하여 타자와 화합합니다.
이 새로운 인류의 비전은 우리 민족의 오래된 지혜 속에 이미 완벽하게 예비되어 있었습니다. 『천부경』의 ‘인중천지일’은 인간이 우주 그 자체임을 증명하고, 『삼일신고』는 뇌 속에 이미 내려와 있는 신성을 깨우라 일갈하며, 『부도지』의 ‘복본’은 잃어버린 우주의 율려를 회복하여 상생의 문명을 건설하라고 명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능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의식의 도약입니다. 기계가 계산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성역은 타인의 고통에 공명하는 ‘신열 (神熱)’과 고난을 통해 진리를 증명하는 ‘수증 (修證)’의 지혜입니다. 호모 판테이스트에게 기술은 권력이 아니라 ‘이화 (理化)’의 도구입니다. 그는 기술을 소수의 영생이 아닌, 기아 해결과 생태계 복원에 사용합니다. 이것이 바로 너와 내가 연결된 생명체임을 깨닫고 공존의 중력을 회복하는 21세기 ‘홍익인간 (弘益人間)’의 참된 의미입니다.
이제 우리가 누구였는지 기억해내야 합니다. 낡은 껍질을 깨고 우주적 존재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끝없는 욕망을 좇다 공멸하는 길을 멈추고, 본연의 신성을 회복하여 모두가 상생하는 새로운 문명을 건설해야 합니다.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선언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우리가 우주다. 우리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