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죽음으로 완성한 철학자의 마지막 변론
기원전 399년, 아테네의 법정에 일흔 살의 노철학자가 섰다. 평생 광장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며 진리를 탐구해온 소크라테스였다. 멜레토스, 아뉘토스, 리콘 세 사람이 그를 고소했다. 죄목은 세 가지. 국가가 인정하는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영적 존재를 도입했다는 것, 그리고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공식적인 죄목 뒤에는 소크라테스가 오랜 세월 아테네의 권위자들에게 들이댄 철학적 대화, 그 날카로운 물음이 쌓아올린 반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Apologia Sokratous)』은 플라톤이 쓴 전체 대화편 가운데 유일하게 대화 형식이 아닌 법정 변론문의 양식을 취하고 있다. 제목의 '아폴로기아(Apologia)'는 오늘날의 '사과'가 아니라 고대 그리스 법정 용어로 '변론' 또는 '항변'을 뜻한다. 이 작품은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행한 세 차례의 연설 — 무죄를 주장하는 본변론, 유죄 판결 후 형량에 대한 의견 진술, 그리고 사형 확정 후의 마지막 연설 — 을 담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변론을 시작하며 자신은 법정에 익숙하지 않으니 미려한 수사 대신 진실만을 이야기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이 가장 현명하다는 신탁의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정치가, 시인, 장인들을 찾아다녔으나 그들 모두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밝힌다. 자신은 적어도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는 점에서 그들보다 조금 더 지혜로울 뿐이며, 이 '무지의 지'를 일깨우는 것이 신이 부여한 사명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고소인 멜레토스를 직접 반대심문하며, 자신이 무신론자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신을 믿는다는 고소 내용이 모순임을 논리적으로 드러낸다.
유죄 판결 이후에도 소크라테스는 굴하지 않았다. 벌금형, 징역형, 추방형 모두를 거부하며, 오히려 자신은 아테네에 봉사한 공로로 영빈관에서 공공 식사를 대접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해 배심원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사형이 확정되었으나 그는 태연하게 마지막 연설을 이어간다. 죽음은 영원한 잠이거나 혹은 저승에서 호메로스와 같은 위대한 영혼들을 만날 기회이니, 어느 쪽이든 두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은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 중 하나로 남았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나는 죽기 위하여,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그러나 그 어느 것이 더 나은가는 신만이 아실 것이다." 검토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신념이,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빛나는 작품이다. 플라톤은 이 짧은 변론문 한 편으로, 스승의 사상과 인간적 위대함을 영원 속에 새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