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
"삶이라는 무색한 실타래 속에 살인의 주홍빛 실이 흐르고 있다. 우리의 임무는 그것을 풀어내고, 분리하고, 한 치도 빠짐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1887년, 영국의 무명 의사 아서 코난 도일이 『비튼의 크리스마스 연감』에 발표한 이 작품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영원한 동반자 왓슨 박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기념비적 소설이다. 이후 56편의 단편과 4편의 장편으로 이어지는 셜록 홈즈 정전의 출발점이자,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지형도를 결정적으로 바꾸어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1881년 런던에서 시작된다. 제2차 앵글로-아프간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귀환한 군의관 존 왓슨 박사는, 함께 하숙할 사람을 구하던 중 셜록 홈즈라는 기이한 인물을 소개받는다. 화학 실험에 몰두하면서도 상대방의 직업과 이력을 단번에 꿰뚫어보는 이 괴짜 청년은, 스스로를 세계 유일의 "자문 탐정"이라 소개한다. 두 사람이 베이커 가 221B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브릭스턴 근처의 빈 집에서 미국인 이녹 드레버의 시신이 발견된다. 외상 하나 없는 시신, 벽에 피로 쓰인 수수께끼의 단어 'RACHE'. 경찰이 미완성의 여성 이름으로 추정한 그 글자를 홈즈는 독일어로 '복수'를 뜻한다고 즉시 간파하고, 발자국과 담배재, 마차 바퀴 자국 같은 미세한 단서들로부터 범인의 키와 체격, 습관까지 추론해낸다.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가 왓슨의 시선을 통해 런던의 살인 사건 수사를 따라가는 추리소설이라면, 제2부는 시공간을 수십 년 전 미국 서부의 황무지로 옮겨 사건의 전사를 펼쳐 보인다. 사막에서 조난당한 소녀 루시와 양아버지 존 페리어, 그들을 구한 모르몬교도들, 루시를 사랑한 청년 사냥꾼 제퍼슨 호프, 그리고 그녀를 강제로 빼앗아간 자들. 사랑과 상실, 그리고 대륙과 대양을 넘어 20년간 이어진 집요한 복수의 이야기가, 런던의 빈 집에서 발견된 시신 하나의 배후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코난 도일은 에든버러 의과대학 시절 은사 조지프 벨 교수의 놀라운 관찰력에서 홈즈의 영감을 얻었고,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 뒤팽에서 추리소설의 전통을 이어받되 그것을 결정적으로 넘어섰다. 운이나 직감이 아닌 철저한 관찰과 논리적 추론에 의한 수사, 화자와 탐정의 분리라는 서술적 혁신, 돋보기를 수사 도구로 처음 사용한 법과학의 문학적 선구 — 이 모든 것이 이 작품에서 시작되었다.
흥미롭게도, 발표 당시 이 소설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도일은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끝에 겨우 25파운드를 받고 판권 일체를 넘겨야 했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이 작품 속에서 태어난 셜록 홈즈는, 이후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의 독자를 사로잡으며 추리소설의 역사 그 자체가 되었다. 베이커 가 221B의 문이 처음 열리는 이 순간을, 모든 미스터리 팬이라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