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로 이사 온 해 여름, 기름값이 1,600원을 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주유소 전광판 숫자가 조용히 올라가던 그 계절, 프리랜서 번역가는 차를 팔기로 했다. 눈물의 짜장면 한 그릇으로 시작된 차 없는 삶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돌려주었다. 주차 걱정이 사라지고, KTX 창가 자리가 생겼고, 여수의 골목이 발 아래 쌓이기 시작했다. 바다 냄새는 걸어야 맡을 수 있다는 것, 고양이들은 차가 아닌 사람에게만 눈을 맞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란-미국 전쟁으로 유가가 다시 치솟는 2026년 봄, 저자는 3년간의 차 없는 여수 생활을 돌아보며 묻는다. 소유는 자유인가, 아니면 또 다른 종류의 구속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