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언덕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들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것을 봅니다.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절대 사라지지 않는 존재로 꽃은 흔들리며 빛을 품습니다. 그 빛은 언제나 바람의 손끝에 닿아 울리고, 그 울림이 바로 노래가 됩니다. 『바람의 언덕에서 피어난 노래』는 그 미세한 떨림의 기록입니다. 한 편 한 편의 시마다 언덕 위를 지나간 바람의 결이 스며 있고, 그 안에는 삶이 남긴 희로애락의 숨결이 고요히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에는 수많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어떤 바람은 추억을 흔들었고, 어떤 바람은 상처를 어루만졌습니다. 바람은 지나가지만, 그것이 남긴 결은 마음속 언덕에 오래 머뭅니다. 그 언덕 위에서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발견합니다. 외로움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빛 하나를, 상실 속에서도 여전히 피어나는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찾아냅니다. 이 시집은 그런 순간의 노래들로 엮였습니다. 그것은 격렬한 고백이 아니라, 조용한 깨달음의 흔적입니다.
삶은 언제나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때로 바람에 밀리고,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경험이 쓸쓸함으로만 남지는 않습니다. 언덕 끝에서 다시 바라본 하늘은 새로운 색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그 순간마다 또 다른 노래가 태어납니다. 흔들리면서 배우고, 비로소 멈추는 자리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소망합니다. 시는 그 모든 감정을 한 줄의 숨결로 묶어내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바람 속에서 피어나는 노래의 진정한 의미일 것입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인생의 끝없는 물음에 대한 작고 사적인 대답들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하는 상실과 기쁨, 사랑, 그리움, 기다림과 화해의 얼굴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말로 다 담을 수 없기에, 시라는 형식에 기대어 조용히 건넵니다. 언덕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바뀔 때마다 그 의미도 달라집니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끼고, 다시 노래하게 됩니다.
바람의 언덕은 자연의 법칙이자 인생의 무대입니다. 그곳에서 피어난 노래는 누구의 것도 아니며, 동시에 우리 모두의 노래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기 내면의 언덕과 바람을 발견하고, 그곳에 스스로 노래를 피워내길 바랍니다. 단 한 줄의 시라도 마음을 흔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이 시집이 세상의 바람 속을 부드럽게 지나며, 누군가의 하루에 조용한 온기를 더해주기를 소망합니다. 글의 모든 행간마다, 보이지 않는 섭리와 감사의 숨결이 스며 있음을 고백합니다.
이 시집은 언덕 위의 고요한 자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에서 들린 것은 바람의 음성이었고, 그 안에서 피어난 노래는 인간 존재의 미세한 떨림이었습니다. 이제 그 노래가 우리의 마음에도 가만히 머물러, 또 하나의 사랑과 생명의 빛으로 번지기를 바랍니다. 시는 우리가 걸어가는 나그네 여정의 기록이며, 그 길 위에서 다시 바람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시작이 피어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