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두려워하면서도 어둠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본능 중 하나다.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는 바로 그 욕망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 작가였다. 1809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40년의 짧고 격렬한 생을 살다 간 그는, 추리소설과 고딕 공포소설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문을 인류 앞에 열어젖혔다. 이 책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은 그 문들 너머에 펼쳐진 포의 세계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단편 선집이다.
표제작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은 인류 최초의 추리소설로 불리는 작품이다. 파리의 좁은 골목, 밀실에서 벌어진 불가사의한 살인 사건 앞에서 경찰은 속수무책이지만, 몰락한 귀족 출신의 탐정 오귀스트 뒤팽은 냉정한 분석과 대담한 상상력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진실에 가닿는다. 천재 탐정과 평범한 화자의 이인조, 논리와 감각을 동시에 구사하는 탐정과 관행에 얽매인 경찰의 대조라는 이 구도는 훗날 셜록 홈즈로 이어져 현대 추리소설의 기본 문법이 되었다. 〈마리 로제 미스터리〉와 〈도둑맞은 편지〉는 뒤팽이 등장하는 나머지 두 작품으로, 이 세 편을 묶어 '뒤팽 3부작'이라 부른다. 특히 〈도둑맞은 편지〉는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숨겨진 진실이라는 역설을 통해 인간 인식의 편견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공포의 영역에서도 포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어셔 가의 몰락〉에서 서서히 균열이 가는 저택은 그 안에 사는 인물의 무너지는 정신과 하나가 되고, 〈검은 고양이〉는 죄책감과 자기 파멸의 충동이라는 인간의 어두운 심층을 날것으로 드러낸다. 〈적색 죽음의 가면극〉은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평등하다는 진리를 화려한 가장무도회의 이미지로 빚어낸 포의 가장 아름답고 서늘한 우화이며, 〈함정과 진자〉는 감각적 공포를 극한까지 밀어붙인 스릴러의 원형이다.
포는 공포와 추리 외에도 현대 도시인의 고독을 꿰뚫는 통찰을 남겼다. 〈군중 속의 사람〉은 군중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익명성과 소외라는 근대 도시 문명의 병폐를 반세기 앞서 포착한 작품이다. 〈심술궣은 악마〉에서 포는 스스로에게 해로운 행동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의 충동을 해부하며, 훗날 프로이트가 이름 붙이게 될 심리학적 개념을 문학으로 먼저 구현했다.
열네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인간의 내면에는 무엇이 살고 있는가. 포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어둠 속으로 기꺼이 걸어 들어간 작가였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시작이자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