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고리키 『어머니』
1907년에 출간된 막심 고리키의 장편소설 『어머니』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최초의 작품으로 선언된 기념비적 소설이다. 고리키가 러시아 혁명 운동을 주제로 쓴 유일한 장편이자, 그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이기도 하다. 1905년 러시아 혁명의 정당성을 알리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당위를 세상에 호소하려는 절박한 목적 아래, 1906년 미국 망명 중에 집필되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술주정뱅이 남편에게 시달리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 펠라게야 닐로브나가, 혁명 운동에 뛰어든 아들 파벨 블라소프를 지켜보며 조금씩 세상에 눈을 떠 간다는 이야기이다. 문맹이었고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이 여인은 처음에는 아들의 변화가 두려웠지만, 아들이 체포된 뒤 그의 동지들과 교류하면서 점차 자신을 억압해 온 세계의 실체를 깨닫게 된다. 아들을 향한 단순한 모성적 관심에서 출발하여 종국에는 모든 인류에 대한 모성적 사랑으로 확장되어 가는 닐로브나의 변화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소설 속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에는 실존 인물의 삶이 녹아 있다. 1902년 니즈니노브고로드의 소르모프스키 구에서 벌어진 노동절 시위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청년 피오트르 잘로모프와, 아들을 따라 혁명 활동에 뛰어든 어머니 안나 잘로모바가 바로 그 모델이다. 고리키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안나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이를 소설의 뼈대로 삼았다.
겉으로 보면 정치적 메시지가 전면에 드러나는 혁명 소설이지만, 실제로 읽어 보면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다른 곳에 있다. 제정 러시아 말기 민중 사회를 고리키 특유의 굵직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로 그려 내되, 인류 보편의 감정인 모성애를 깊이 녹여 냄으로써 읽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념의 언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인간적 울림이 이 소설을 한 세기가 넘도록 살아 있게 만드는 원천이다.
한국에서 이 소설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군사 독재 시절 금서였던 이 작품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필독서였다. 아들의 뒤를 이어 노동운동에 헌신하는 어머니의 서사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삶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혁명의 소설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의 각성에 관한 소설이다. 공포와 무지 속에 갇혀 있던 한 여인이 사랑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는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억압받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여전히 깊은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