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벨 리 — 에드거 앨런 포의 시집』은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에드거 앨런 포(1809~1849)의 시 세계를 총망라한 선집이다. 포는 추리소설의 창시자이자 공포문학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문학적 본질은 어디까지나 시에 있었다. 그는 시를 "목적이 아니라 열정"이라 불렀고, 열여덟 살에 첫 시집을 익명으로 출간한 이래 마흔 살에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아름다움의 가장 깊은 심연을 언어로 붙잡으려 했다.
이 선집에는 포의 대표작 「까마귀(The Raven)」와 「애너벨 리(Annabel Lee)」, 「종소리(The Bells)」를 비롯하여 「헬렌에게(To Helen)」, 「율랄륨(Ulalume)」, 「엘도라도(Eldorado)」, 「꿈속의 꿈(A Dream Within a Dream)」, 「정복자 벌레(The Conqueror Worm)」 등 포가 남긴 시적 유산의 거의 전부가 담겨 있다. 초기 습작에 가까운 「태멀레인(Tamerlane)」에서부터 사후에 발표된 마지막 발라드 「애너벨 리」에 이르기까지, 이 한 권은 포의 시적 생애 전체를 가로지르는 여정이다.
포의 시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이다. 포 자신이 이것을 "세상에서 가장 시적인 주제"라고 선언한 바 있다. 어린 시절 생모를 잃고, 양모를 잃고, 사랑하는 아내 버지니아마저 결핵으로 먼저 보낸 포에게 죽음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사랑과 상실, 기억과 망각, 아름다움과 소멸이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감정으로 뒤엉켜 있다. 「까마귀」의 화자가 "다시는(Nevermore)"이라는 한 마디에 갇혀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이나, 「애너벨 리」의 화자가 죽음조차 자신들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다고 외치는 장면은 그 어떤 문학적 수사보다도 생생한 인간의 고통과 열망을 전달한다.
포는 또한 시의 음악성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천착한 시인이었다. 그는 시를 "아름다움의 율동적 창조"라 정의했으며, 리듬과 각운, 두운과 의성어를 통해 시가 읽히는 순간 하나의 악곡처럼 울려 퍼지기를 원했다. 「종소리」에서 은종, 금종, 놋종, 철종이 각기 다른 음색으로 인생의 단계를 노래하는 구성은 이 음악적 시학의 가장 빛나는 성취이다.
이 선집은 영미 문학의 전통 안에 머물지 않고 프랑스 상징주의의 원류가 된 시인의 전모를 보여준다. 보들레르와 말라르메, 발레리가 포의 시에서 순수시의 이상을 발견한 이래, 포의 시적 유산은 유럽 근대 문학 전체를 관통하며 오늘날까지 울림을 이어가고 있다. 어둠 속에서 아름다움을 길어 올린 시인, 죽음의 그림자 아래에서 사랑의 영원을 노래한 시인의 목소리가 이 한 권 안에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