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
"댈러웨이 부인은 꽃을 직접 사겠다고 말했다."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1923년 6월 런던의 어느 화창한 하루를 배경으로 한다. 52세의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저녁 파티를 위해 꽃을 사러 거리로 나선다. 그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하루 안에, 울프는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의 총체를 담아낸다.
아침 햇살 속을 걷는 클라리사의 마음에는 30년 전 시골 저택 버턴에서의 여름이 끊임없이 밀려든다. 한때 자신에게 청혼했던 피터 월시, 키스를 나누었던 친구 샐리 시턴, 그리고 안정을 선택한 남편 리처드. 선택한 삶과 선택하지 않은 삶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녀의 내면은, 파티 준비라는 일상 아래 깊은 물결처럼 출렁인다.
클라리사의 이야기와 나란히, 전쟁에서 돌아온 청년 셉티머스 워런 스미스의 비극이 흘러간다. 전우의 죽음 이후 감정을 잃어버린 그는 환영에 시달리며 무너져 간다. 두 사람은 소설 속에서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지만, 울프는 이 둘을 거울처럼 마주 세운다. 삶의 표면을 지키려는 여성과, 삶의 심연에서 침몰하는 청년. 그 사이를 빅벤의 종소리가 관통하며 시간의 흐름을 알린다.
울프는 이 소설에서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을 완성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챕터 구분 없이 흐르는 문장들은 한 인물의 의식에서 다른 인물의 의식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물처럼 이동한다. 줄거리를 쫓기보다 음악을 듣듯 읽을 때, 이 소설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열린다.
1925년 출간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소설은 모더니즘 문학의 가장 빛나는 성취로 남아 있다. 꽃을 사러 나선 한 여성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의 지나간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