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우 강이 굽이치는 카르파티아 분지, 그 한가운데서 1100년을 버텨온 나라—바로 헝가리다.
마자르족이 초원에서 말을 타고 서쪽으로 이동해 카르파티아 분지에 정착한 895년부터, 성 이슈트반의 기독교 왕국 건설, 몽골의 침략과 재건, 오스만 150년 지배, 합스부르크와의 길고 복잡한 공존, 1848년 혁명의 봄과 좌절, 트리아농 조약의 상처, 1956년 봉기와 소련 탱크, 굴라시 공산주의의 타협, 그리고 1989년 냉전 종식의 방아쇠를 당긴 평화로운 민주화까지—헝가리 통사 전체를 간략하게 담았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헝가리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왔는가 하는 질문이다. 주변 슬라브어·게르만어의 바다 속에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마자르어, 천 년의 왕관이 상징하는 연속성, 세체니와 코슈트가 꿈꾼 근대 헝가리, 1956년이 남긴 자긍심—이것들이 헝가리라는 나라를 만든 재료들이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정체성을 지켜온 이야기, 억압에 저항하며 자유를 추구해온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의 경험과 깊이 공명한다. 역사 연표와 함께, 헝가리를 처음 만나는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