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3가에 위치한 세운상가에서 시작하여 충무로역 앞의 진양상가까지 도심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상가 건물은 마치 시간이 머물러 있는 긴 복도 같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이 일대는 주위의 현대식 빌딩들 사이에서 다른 속도로 숨 쉬는 공간이다. 벗겨진 페인트와 녹슨 난간, 허물어질 것 같은 지붕과 벽, 골목에 자리한 철공소와 인쇄소, 화려한 조명을 파는 상점, 오랜 식당들은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변화는 예정되어 있고 재개발 논의는 수년째 반복되지만, 변화의 정확한 시점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언젠가 재개발이 현실이 되는 날, 이 풍경은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라질지 모를 오늘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했다. 변화의 문턱에 선 이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뜻을 모은 다섯 명의 포토에세이 작가들이 지난 1년 동안 셔터를 눌렀다. 이 책이 언젠가 세운상가의 오늘을 전하는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