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는 도시의 변두리, 버려진 건물과 거리를 떠도는 한 여자의 여정은 상실과 생존,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깊이를 드러낸다. ‘입구 그리고 출구’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세계의 바깥으로 밀려난 존재가 타인의 고통과 마주하며, 입구와 출구가 뒤섞인 삶의 폐허를 통과해 가는 서늘하고도 강렬한 소설이다.
‘입구 그리고 출구’는 폭우가 휩쓰는 거리와 버려진 학원 건물, 공사장과 강변을 배회하는 한 여성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회의 바깥으로 밀려난 존재의 생존과 기억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작품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거리로 내몰린 ‘나’는 폭우를 피해 숨어든 폐건물에서 병든 한 남자를 만나고, 서로의 과거를 묻지 않은 채 같은 공간을 나누며 위태로운 시간을 버틴다. 작품은 굶주림과 폭력, 성적 착취와 유기, 가족 해체의 상처를 정면으로 통과하면서도, 이름 없는 존재들 사이에 끝내 남아 있는 연민과 돌봄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다. ‘폭우’로 시작된 떠돎은 ‘입구와 출구’를 지나 ‘그의 마지막 거처’에 이르러, 삶의 피난처가 곧 추방의 장소가 되고, 만남이 곧 이별이 되는 세계의 아이러니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키워드: 부랑과 유랑/폭력의 상흔/거리의 생존/입구와 출구/관계의 거부/폐허의 거처/죽음과 이별/트라우마 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