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왕, 하나님(God the Invisible King)
H. G. 웰스는 《타임머신》, 《우주 전쟁》, 《투명인간》 등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SF 소설가이다. 소설가로서 웰스가 아닌, 사상가이자 종교 철학자로서의 웰스를 만날 수 있는 매우 이색적인 저작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화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출간된 이 책은, 극한의 혼돈 속에서 인간에게 진정한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물어가는 저자 개인의 종교적 고백록이기도 하다.
웰스는 서문에서부터 자신의 신앙이 기독교 정통 교리와는 전혀 다름을 솔직하게 선언하였다. 그는 특히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확립된 삼위일체 교리를 기독교 역사상 가장 해로운 결정의 하나로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한 무신론의 선언이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신의 존재를 더욱 강하게 긍정하지만, 그가 말하는 신은, 교회가 수백 년에 걸쳐 쌓아온 교리와 제도의 신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살아 숨 쉬는 인격적이고 친밀한 신이다.
이 책의 논지는 '신(God)'이라는 단어가 역사적으로 두 가지 전혀 다른 개념을 혼용해 왔다는 데 있다. 하나는 우주를 창조하고 지배하는 초월적 존재로서의 창조주 신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내면에서 직접 느껴지는 구원자 신이다.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대 종교의 우주론에서 출발해 신의 본질, 죄와 구원의 현대적 의미, 나아가 교회라는 제도의 필요성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유의 명쾌하고 직설적인 언어로 쓰여 있어 신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접근하기 어렵지 않다. 소설가가 쓴 신학서라는 독특한 위치,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낳은 시대적 절박함, 그리고 정통을 거부하면서도 신앙 자체는 더욱 깊이 긍정하는 역설적 태도가 어우러져, 100년이 넘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신선한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