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정신의 탐구(The Soul of the Far East)
9세기 말 서구 지식인이 바라본 동아시아 문명에 대해 날카롭고도 도발적인 문화 인류학적 에세이다. 저자는 서구 문명을 '개성(Individuality)'의 진화로, 극동 문명을 '비인격성(Impersonality)'의 정체로 규정하며 두 세계의 정신적 대척점을 탐구한다.
그는 언어와 종교, 가족 제도와 예술이라는 다각적인 층위에서 극동의 비인격성을 증명해 나간다. 자아를 지우고 집단에 순응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무(無)로 돌아가려는 그들의 정신적 지향을 경이로운 예술적 성취로 높이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독창적인 진화의 동력을 상실한 채 '발육이 정지된 문명'이라 혹평한다. 이는 다윈주의적 진화론이 지배하던 시대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극동 아시아를 이해하기 위한 지적 시도인 동시에, 서구적 주체성이 어떻게 타자를 규정하고 구조화하는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편견과 통찰이 뒤섞인 19세기 서구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정의하는 '개인'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특수하고도 서구적인 발명품인지 역설적으로 되묻게 하는 문학적·철학적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