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조선특별연고삼림양여령은 단순한 산림 정책이 아니었다.
이 법령의 본질은, 일제강점기 동안 추진된 국유림 정책이 조선인의 오랜 관습적 소유권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다. 임야조사사업을 통해 수많은 산림이 국유화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연고권과 실질적 점유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국유화 정책은 결국 거대한 저항과 행정적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고, 조선총독부는 더 이상 이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조선특별연고삼림양여령’이다.
표면적으로는 ‘양여’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실질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연고권을 인정하고 소유권을 확정하는 조치였다.
일본 총독부 스스로도 이를 “행정적 처분을 통하여 소유권을 확정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새로운 권리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권리관계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확정한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통계적으로도 연고림의 93.1%가 실제로 양여된 사실은,
해당 법령이 재량적 분배가 아니라 사실상 필연적인 권리 확정 절차였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이 수치는 오랜 기간 비공개 상태로 남아 있던 자료가 해제되면서 확인된 것으로,
일제문서 해제 임정편에 수록된 총독부 조사 자료에 의하면,
연고자로 등재된 임야의 대부분이 실제로 양여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양여가 개별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선택적 처분이 아니라,
연고권이 확인된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이행된 구조였음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이다.
조선특별연고삼림양여령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단순한 정책인가, 아니면 잘못된 국유화에 대한 역사적 수정인가.
이 책은 일본 총독부의 1차 사료, 임야조사서,
그리고 실증 통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양여령의 법적 성격을 ‘재량적 양여’가 아닌 ‘행정처분에 의한 소유권 확정’으로 재정립한다.
나아가 기존 판례가 왜 형식적 문언에 머물러 이러한 구조를 놓치게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이미 확정된 권리가 어떻게 다시 부정되어 왔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 해석을 넘어,
잃어버린 권리의 구조를 밝히고,
이미 확정된 권리를 다시 인식하기 위한 법적 통찰을 제공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새로운 권리를 요구하는 문제인가,
아니면 이미 확정된 권리를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