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의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 1929)은 페미니즘 문학비평의 출발점이자, 20세기 여성 지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에세이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 책은 1928년 10월, 울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두 여성 칼리지인 뉴넘 칼리지와 거튼 칼리지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행한 강연을 바탕으로 한다. 울프는 그 강연 원고를 확장하여 총 6장의 에세이로 엮어냈다. 핵심 명제는 명료하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돈은 경제적 독립을, 방은 방해받지 않는 물리적·심리적 자유의 공간을 뜻한다.
울프는 허구적 서술자 메리 비턴의 목소리를 빌려, 가상의 대학 '옥스브리지'에서 잔디밭과 도서관에서 쫓겨나는 경험을 묘사하고, 남성 칼리지의 풍성한 오찬과 여성 칼리지의 초라한 만찬을 대비시키며, 물질적 조건이 지적 활동의 토양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 가장 널리 알려진 대목은 '셰익스피어의 누이' 주디스에 관한 사유실험이다. 셰익스피어와 동등한 재능을 가졌지만 교육과 기회를 박탈당한 채 비극적 결말을 맞는 가상의 여성을 통해, 여성의 창조적 잠재력이 재능의 부재가 아니라 조건의 부재로 인해 짓밟혀왔음을 증명한다.
울프는 아프라 벤에서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에 이르는 여성 문학의 계보를 추적하고, 콜리지의 양성성 개념을 빌려 셰익스피어처럼 성별 의식에 사로잡히지 않는 정신이 가장 위대한 창조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아이러니와 위트로 빚어낸 유려한 산문은 논증이면서 동시에 문학 그 자체이다.
출간 이후 거의 한 세기가 지났지만, 누가 글을 쓸 수 있는가,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기만의 방』은 여성 해방을 넘어 모든 소외된 목소리를 위한 보편적 선언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