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만 3천 명의 작은 산골 마을이 대한민국 복지 정책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합니다.
2026년 정부 주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서 탈락한 강원도 화천군. 표면적으로는 뼈아픈 실패처럼 보이는 이 결과는,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틀에 종속되지 않고 지역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역설적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화천군이 보유한 두 가지 강력한 자산에 주목합니다. 하나는 매년 186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1,300억 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화천 산천어 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합계출산율 1.51명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탄탄한 보편적 기본서비스 인프라입니다. 전국 평균 0.75명의 두 배에 달하는 이 수치는,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전국 최초 지자체 주도 온종일 돌봄 시설·신혼부부 주거비 90% 감면이라는 선제적 공공 투자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저자는 알래스카 영구기금 배당(PFD) 모델을 화천의 현실에 맞게 변용하여, 축제 수입에서 조성되는 '산천어 기본소득 펀드(SBF)'를 통해 군민 전원에게 월 15만 원을 배당하는 구체적인 재정 설계도를 제시합니다. 이는 단순한 현금 살포가 아니라, 추운 겨울과 맑은 화천천, 그리고 산천어라는 지역 공유부(Common Wealth)의 정당한 배당입니다. 군민은 복지 수급자가 아닌, 세계적 축제를 소유한 공동체의 당당한 주주가 됩니다.
이웃 연천군 청산면이 기본소득 도입 후 월세 폭등과 위장 전입이라는 부작용을 겪으며 유입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잃은 사례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화천군의 4,600세대 공공 주거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가 이를 어떻게 원천 차단하는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지방 소멸 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모든 정책 입안자, 연구자, 지역 주민에게 이 책은 구체적인 숫자와 검증된 사례로 무장한 실현 가능한 청사진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