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津軽)』
1944년, 다자이 오사무는 거지 같은 보라색 점퍼 차림으로 도쿄를 떠났다. 목적지는 고향 쓰가루. 아오모리 현 굴지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나 스무 해 가까이 그 땅을 떠나 살던 서른다섯 살의 작가가, 살아 있는 동안 한 번 자신이 태어난 고장의 구석구석을 보아두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삼 주에 걸쳐 쓰가루 반도를 일주한 여행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서편(序編)」과 다섯 장의 「본편(本編)」으로 이루어진 기행 산문소설이다. 가나기, 고쇼가와라, 아오모리, 히로사키, 아사무시, 오와니 등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얽힌 마을들을 서편에서 회상하고, 본편에서는 동해안 소토가하마의 가니타, 다쓰피, 서해안의 후카우라, 아지가사와를 거쳐 마침내 혼슈 서해안 최북단 어촌 고도마리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단순한 지방 안내기가 아니다. 역사 문헌을 인용하고 풍토와 산업을 서술하면서도, 다자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일화를 삽입하고, 술을 마시다 쫓겨나고, 도미를 사서 잘못 구운 여관에 억울해하고, 선배 작가를 욕하다가 「인정해줘, 이십분의 일이라도 괜찮으니까」라고 웃음을 유발하는 인간적인 장면들을 태연하게 이어간다. 그 결과 이 책은 기행문이자 역사 에세이이자 자전소설이자 희극이라는 어느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지 않는 산문의 걸작이 되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이 책의 진짜 주인공들이다. 전장에서 폐병을 얻고 돌아와서도 「기력으로 이긴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T군, 아무리 배신당해도 갈수록 밝아지는 N군, 손님을 맞이하는 흥분에 히다라(말린 대구)를 두들기다 엄지를 다치고 비틀거리며 술을 따르는 S씨. 다자이는 이들의 모습에서 쓰가루 사람 특유의 완고한 반골과 소박한 애정을 발견하고, 그것이 자신의 성격과도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에서 작품은 절정에 이른다. 혼슈 북단 어촌 고도마리의 초등학교 운동회 인파 속에서, 어린 시절 자신을 길러준 유모 다케를 삼십 년 만에 찾아가는 대목이다.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갔다가 빈집을 만나고, 운동장의 수백 명 속에서 다케를 찾지 못해 울상이 되고, 마침내 배가 아파 집으로 돌아온 다케의 딸 덕분에 기적처럼 재회가 이루어진다. 다케는 조용히 옆에 앉아 아이들의 달리기를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곧 둑이 터진 듯 말을 쏟아낸다. 다자이는 그 옆에서 처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경험한다. 이 재회 장면은 일본 근대 소설이 만들어낸 가장 감동적인 대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자이의 다른 대표작 『인간실격』이나 『사양』이 어둠과 파멸의 미학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면, 이 책은 그와 정반대의 방향에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작품 속 다자이는 빈정거리고 자조하고 망신을 당하면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 「그러면 안녕, 독자여, 목숨이 있으면 또 다른 날에. 기운차게 나아가자. 절망하지 마라.」는 허식을 부리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작가의, 독자를 향한 가장 솔직하고 가장 따뜻한 인사이다.
『쓰가루』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작품이다. 동시에 '고향'과 '어머니'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려 한 모든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