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차갑고 맑은 날, 시계들이 13시를 알리고 있었다. 소설은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숫자 13이 불길하게 걸리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오웰은 첫 문장부터 독자를 뒤틀린 세계로 끌어들인다.
조지 오웰이 1949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결핵으로 죽어가면서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 주라에서 완성했다. 출판 이듬해 그는 46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 인간이 죽음과 싸우면서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경고다.
무대는 오세아니아라는 전체주의 국가의 런던이다. 빅 브라더라는 존재가 포스터 속 눈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텔레스크린이 집 안에서조차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진실부'에서 역사 기록을 당의 필요에 맞게 변조하는 일을 한다. 어제의 사실이 오늘 다른 사실이 되고, 그 흔적조차 사라진다. 그는 이 세계에 홀로 저항하며 일기를 쓰기 시작하지만, 그것이 이미 죽음을 향한 걸음임을 직감하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국가가 언어를 통제하면, 생각도 통제할 수 있는가. '신어(Newspeak)'는 이 질문에 대한 오웰의 섬뜩한 대답이다. 단어가 줄면 생각도 줄고, 생각이 줄면 저항도 사라진다. "2 더하기 2는 4다"라는 당연한 진술이 이 소설에서는 목숨을 건 선언이 된다. 자유란 결국 명백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오웰은 이 한 줄로 보여준다.
75년이 지난 지금, 이 소설은 왜 더 무서운 걸까. 감시 카메라와 알고리즘, 가짜 뉴스와 역사 수정. 텔레스크린은 이미 우리 손안에 들어와 있다. 오웰이 경고한 세계가 먼 미래가 아니라 오늘 우리 옆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책장을 덮고도 한참 동안 숨이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