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에서 자주 끝났다고 생각한다.
관계가 끝났고, 계절이 지나갔고, 사랑이 소진되었고, 선택의 대가는 이미 치러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 끝난 것은 사건뿐인 경우가 많다.
감정은 남고, 습관은 남고, 몸이 기억하는 반응은 남고, 무엇보다 그 일을 통과한 ‘나’가 남는다.
『잔여인간』은 바로 그 남은 것들에 관한 책이다.
버려지지 않았지만 환영받지도 않는 감정들, 이미 지나간 관계의 그늘 아래서 한동안 더 살아야 하는 사람들,
정리되었다고 말한 뒤에도 오래 내부에 침전되는 기억들.
이 책은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라, 사건 이후에 남겨진 존재들의 감각을 따라간다.
여기서 ‘잔여’는 쓸모없음이 아니다.
오히려 쉽게 분류되지 않는 것,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
끝났다고 선언된 뒤에도 계속 작동하는 것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대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을 건강하다고 부르지만,
이 책은 뒤에 남는 존재에게도 고유한 진실이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