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는 한국인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어릴 때 할머니 무릎 위에서 들었던 이야기, 오래된 민화 속에서 방망이를 두드리던 형상, 그리고 오늘날 드라마와 웹툰 속에서 재탄생한 이미지까지—도깨비는 수천 년의 세월을 가로질러 우리 곁에 늘 존재해왔다.
그러나 도깨비는 단일하고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시대마다 달라졌고, 지역마다 달랐으며, 전하는 사람마다 그 모습이 조금씩 다르게 그려졌다. 어느 때는 사람을 홀려 길을 잃게 만드는 요물이었고, 어느 때는 선한 사람에게 복을 나눠주는 이웃 같은 존재였다. 무섭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며, 때로는 외롭고 가련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 책은 도깨비를 역사와 문화의 눈으로 읽는 시도다. 도깨비가 처음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이야기들 속에서 살아남았는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어떻게 변모했는지, 그리고 오늘날 어떤 얼굴로 우리에게 돌아왔는지를 차례로 살펴본다.
도깨비를 안다는 것은 곧 한국인의 상상력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것은 두려움과 해학이 공존하는 우리 민중의 정서이자, 인간과 초자연 사이의 경계를 상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책이 독자에게 도깨비라는 오래된 거울을 통해 한국 문화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즐거운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