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타자르 그라시안 『세상살이의 지혜』
쇼펜하우어가 번역하고, 니체가 탐독하고, 나폴레옹이 원정 중에도 곁에 두었던 책이 있다. 1647년 스페인의 예수회 사제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펴낸 『세상살이의 지혜』다. 출판된 지 400년 가까이 지난 이 얇은 잠언집은 오늘날에도 경영학 강의실과 철학 세미나, 자기계발 서가를 가로질러 끊임없이 재발견되고 있다. 시대를 넘어 살아남는 책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300개의 잠언으로 이루어진다. 각 잠언은 짧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밀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간의 본성, 권력의 작동 방식, 관계의 기술, 명성의 관리, 자기 통제의 원리, 타이밍의 철학—삶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유형의 상황에 대해 그라시안은 날카롭고 구체적인 답을 제시한다. "패를 감추는 기술", "각 사람의 급소를 찾아라", "이기고 있을 때 물러나라", "진실을, 그러나 진실 전부는 아니다"—이 잠언들은 17세기 스페인 궁정의 처세술이면서 동시에 21세기 어디서나 통하는 인간 이해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 책을 냉소적인 처세 교본으로만 읽는다면 절반만 읽은 것이다. 그라시안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덕과 명예를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을 험담하는 사람에 대해 좋게 말하는 자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의협심과 관대함과 신의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당신의 가슴에서 다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300번째 잠언 "한마디로, 성인이 되어라"—이 말들은 그가 그리는 이상적 인간이 단순한 전략가가 아니라 내면의 고결함을 갖춘 사람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세속적으로 영리하면서 동시에 도덕적으로 단단한 사람, 그것이 그라시안이 평생에 걸쳐 그려낸 인간의 초상이다.
『세상살이의 지혜』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손이 닿는 페이지를 펼쳐 하루에 한 잠언씩 읽어도 좋다. 제이콥스가 서문에서 남긴 조언처럼, "처음 읽을 때는 하루에 쉰 개를 읽고 그 자리에서 덮어라."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많은 것을 준다. 그리고 다음 날, 또 펼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