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는 작다. 태평양의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내해는, 지구의 표면에서 보면 거의 점에 가까운 존재다. 그런데도 인류 역사의 절반이 이 바다 주변에서 쓰였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나일강 삼각주에서 권력을 쌓을 때, 페니키아의 상인들이 레바논 삼나무로 배를 깎을 때,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논쟁을 벌일 때 — 그 모든 무대의 배경에는 언제나 지중해가 있었다.
지중해(地中海), 말 그대로 '땅 가운데 있는 바다'다. 북쪽으로는 유럽 대륙,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대륙, 동쪽으로는 아시아 대륙이 이 바다를 에워싸고 있다. 세 개의 대륙이 하나의 바다를 공유한다. 이 지리적 구조가 지중해를 특별하게 만든 첫 번째 이유다. 바다는 장벽이 아니라 통로였다. 유럽의 농부와 아프리카의 상인, 아시아의 항해자는 이 바다를 건너 서로를 만났다. 물자가 오갔고, 언어가 섞였고, 신이 이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