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문득 멈춰 서곤 합니다. 분주하게 발을 내딛고 있지만, 정작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이 시집 『마음이 닿는 저편』은 바로 그 멈춤의 순간, 우리 내면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고 세밀한 음성을 문장으로 길어 올린 기록입니다.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만질 수 없으나 우리를 살게 하는 가치들을 향해 나지막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본질적인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 그리움은 단순히 과거의 어느 지점을 향한 향수가 아니라, 우리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안식처를 향한 본능적으로 이끌림입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뿌리가 대지 깊숙한 곳에서 생명수를 길어 올리듯, 우리의 영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향을 향해 끊임없이 안테나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 시집은 그 막연한 기다림과 갈망에 이름을 붙여주는 과정이었습니다.
믿음과 소망, 사랑이라는 단어들은 이미 우리 곁에 너무도 흔하게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이 가치들은 닳고 닳은 관념이 아니라, 매일 아침 창가에 비치는 서늘한 햇살처럼 생경하고도 눈부신 생명력을 지닙니다. 저는 이 단어들을 직접 꺼내 놓는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미세한 떨림이나 저녁노을이 지워지는 고요한 수평선의 이미지를 빌려 그 깊이를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삶은 때로 거친 파도와 같아서 우리를 젖게 하고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파도는 멈추지 않아도 우리가 그 안에서 젖지 않을 마음의 공간을 마련할 수는 있습니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곁에 앉아 함께 비를 맞아주는 작은 마음의 온기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시집에 담긴 시 한 편 한 편이 우리의 고단한 여정 속에 작은 등불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란 마음의 결을 따라 걷는 산책과 같습니다. 자유롭고 서정적인 문장들 사이를 거닐며, 우리가 잊고 지냈던 내면의 풍경을 다시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은유와 상징으로 직조된 이 글들이 각자의 삶이라는 맥락 안에서 저마다의 색깔로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때로는 아득한 저편의 이야기 같지만, 결국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진솔한 고백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본향’은 어쩌면 멀리 있는 장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온전히 수용하는 넉넉한 사랑의 품일 수도 있고, 고통 속에서도 잃지 않는 투명한 눈망울일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인 평화와 안식은 외부의 화려함이 아니라, 내 안의 소란이 잦아들 때 비로소 찾아오는 선물입니다. 이 시집이 그 평화로운 저편으로 건너가는 작은 징검다리가 된다면 시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비워내어 타인의 슬픔이 머물 자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저 역시 제 안의 옹졸함과 편견을 깎아내고, 더 맑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애썼습니다. 생명의 신비와 존재의 귀함을 노래하는 동안, 제 영혼 또한 회복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은밀하고도 경이로운 경험을 책장을 넘기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갈망이 이 서문을 쓰게 했습니다.
이제 이 글들은 제 손을 떠나 우리의 마음이라는 대지에 내려앉을 준비를 합니다. 어떤 시는 서늘한 그늘이 되어 줄 것이고, 어떤 시는 가슴을 뜨겁게 적시는 눈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 모든 반응이 소중한 소통의 신호임을 압니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길목에서, 우리가 함께 이 시들을 읽고 나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커다란 위로이자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마음이 닿는 저편, 그곳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와 회복해야 할 사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현실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를지라도, 시적 상상력과 영적인 깊이가 맞닿는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디 이 시집을 덮을 때쯤, 우리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깊은 여운과 함께 따스한 희망의 씨앗 하나가 심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