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連載)의 변(辯)
단종대왕처럼 만인에게서 동정의 눈물을 끌어낸 사람은 조선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두고 보더라도 드문 일일 것이다.
왕 때문에 의분을 머금고 죽은 이가 사육신(死六臣)을 필두로 백이 넘고, 세상에 뜻을 잃고 일생을 강개한 눈물로 지낸 이가 생육신(生六臣)을 필두로 천에 이른다.
육신(六臣)의 충분 의열은 만고에 꺼짐 없이 조선 백성의 정신 속에 살 것이요, 단종대왕의 비참한 운명은 영원히 세계 인류의 눈물을 자아내는 비극의 제목이 될 것이다. 더구나 조선인의 마음, 조선인의 장처와 단처가 이 사건에서와 같이 분명한 선과 색채와 극단적인 대조를 가지고 드러난 것은 역사 속에 유일무이할 것이다.
나는 나의 부족한 몸과 마음의 힘이 허락하는 대로 조선 역사의 축도요, 조선인 성격의 산 그림인 단종대왕 사건을 그려 보려 한다.
이 사실에 드러난 인정과 의리(그렇다. 인정과 의리는 이 사실의 중심이다.)는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한다고 낡아질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사람이 슬픈 것을 보고 울기를 잊지 않는 동안, 불의를 보고 분을 참지 못하는 것이 변치 않는 한, 이 사건, 이 이야기는 사람의 흥미를 끌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