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단편소설 〈치숙(痴叔)〉은 제목 그대로 ‘어리석은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작품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서술자인 ‘나’는 일본인 주인의 신뢰를 받으며 돈을 모으는 것만이 인생의 정답이라 믿는 야무진 청년이지만, 그가 비난하는 ‘아저씨’는 대학까지 나와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 전과자가 되어 돌아온 무능한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나’의 천박하고 이기적인 논리를 따라가며 헛웃음을 짓다가도, 어느새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적 시대가 만들어낸 뒤틀린 인간상을 보며 서늘한 슬픔을 느끼게 된다.